부산, 어디까지 알고 있니?(3)

데스크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 말고 속 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경상도아가씨 1절, 가수 박재홍,1953)

1950년대에 히트했던 <경상도아가씨>에 한국전쟁때문에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의 고달픈 삶과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사십계단이 부산 중구에 있는 관광지 40계단이다. 외국인 관광객까지도 40계단 층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40계단이 유명해진 것은 한국전쟁때문이다. 40계단에서 보면 계단의 위치가 부산역과 부산항의 연결 중심에 있다. 전쟁 중 부산역 앞 40계단에서 만남을 약속하며 고향에서, 기차역에서 헤어졌다. 또 부산역과 부산항에 내린 피란민들은 이 계단 위의 산 위로 오르며 판자집을 지어 살았다.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삶을 버텨냈으리라. 지금도 부산역에 내리면 정면에 산동네가 펼쳐진다. 물론 판자집은 아니다. 산복도로가 유명한 부산의 역사이다.

실은 40계단에는 또 하나의 역사가 있다. 19세기 말까지 40계단 아래는 바다였다. 1902년부터 일제에 의해 매축공사가 진행되었고, 복병산과 영선산을 깎아 이 바다를 메웠다. 지금의 중앙동과 중앙로가 새마당으로 불리며 등장하게 되었다. 40계단은 바다를 메운 땅과 싹둑 잘린 산을 연결한 통로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40계단이 있는 골목을 따라 서 있는 건물들을 자세히 보면 절벽에 서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바다를 매축한 땅에는 부산역이 들어서고 그 끝에는 부산항이 있다. 한반도 근대의 출발점이 된 부산의 역사이다.

현재의 40계단은 백년 전 만들어진 그 계단은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 일어난 부산역 화재로 인해 25미터 정도 옮겨진 현재의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백년 전 장소는 현재 40계단 문화관이 서 있는 위치이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다. 40계단을 다녀간다면 근처 한성1918,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및 별관도 함께 방문하여 부산의 근현대 역사 공간을 추억할 기회를 가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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