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이야기

부모이야기 3

작성자
youth
작성일
2021-08-14 01:32
조회
778

<수사법이 통하려면> 2021.08.14

나에게는 완벽을 추구하는 아들이 있다. 이상이 높은 만큼 괴로움도 많다

이번주에 집에 온 아들은 요즘 학교공부에 실습에 과중된 과제로 만진창이가 되어 있었다.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잘해야한다는 강박증이 있는편이라 조금만 성에 안차면 마음이 다운되어 한없이 자신을 괴롭히곤 한다

이번에도 영 몸도 마음도 안좋아 있길래 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자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잘하고싶은 욕망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자하는 마음이고 마침내는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고싶은 마음이 아닐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탓하기보다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에게 관심 기울여주는 이를 좋아하니 상대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어떠냐고 슬쩍이 던졌다

그랬더니 대뜸 돌아온 말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안좋은데 누구얘기를 들을 수 있느냐고 아예 튕궈 버렸다

상대방에 대한 생각도 마음에 여유가 있을때 하는 것이란걸 안다.하지만 달팽이 모양 속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니 급한맘에 말해놓고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었다. 이젠 나의 조언이 안 통한다 생각하니 괜히 서운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않았다

점심나절 메모를 보다 문득 지난번 서점에서 적어둔 류시화 시인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 것인지 모른다.
상처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 시켜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돌아보면 내가 상처라고 여긴것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과 다르지 않았다. 삶의 그물망안에서 그 고통의 구간은 축복의 구간과 이어져 있었다

축복(blessing)은 프랑스어의 상처입다(blesser)와 어원이 같다.축복을 셀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아야 한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중

오후에 슬쩍이 아들에게 들려 주니 뭔가 다른 느낌을 받는 표정이다. 상처에 목적이 있다는 글귀에서 한참을 생각해보는 얼굴이다

서운함은 걷히고 어느새 내마음이 뿌듯해진다
아들에게도 지금 이순간이 축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