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바베트의 만찬

작성자
youth
작성일
2022-02-08 16:29
조회
866


바베트의 만찬


베를레보그 사람들은 식사할 때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 저녁에는 왠지 사람들의 혀가 풀린 듯했다.

레모네이드가 신도들의 들뜬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들어 더 높고 순수한 곳으로 띄워 올렸다

한 나이 든 형제는 자기가 목사를 처음 만난 때에 관해 얘기했고, 또 다른 형제는 60년 전 자신을 개종하게 만든 목사의 설교에 대해 얘기했다. 건너편에 앉은 자매는 목사가 살아 있을 때 있었던 놀라운 일들,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베를레보그 사람들은 잘 차린 음식을 먹을 때면 분위기가 진지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먹고 마실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천상의 빛이 집안 가득 메우고

말수가 적은 노인들은 말문이 틔었고 수년간 듣지 못했던 귀가 열렸고 시간은 영원속으로 녹아 들었다

한때 서로를 욕했던 두 늙은 여인은 앙숙과 같은 사이가 되기 이전인 소녀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한 늙은 형제는 옆의 형제의 옆구리를 치며 "니놈이 나랑 목재 거래할 때,그때 날 속였지!"라고 소리쳤고,이 소리를 들은 형제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할보르센 선장과 오페고르덴 부인은 방 한 구석에 다정하게 서서 긴 입맞춤을 했다

그틀이 그토록 고귀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 자신들이 지닌 가치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은 이땅의 헛된 환상이 연기처럼 녹아 사라지고 만물이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신도들은 이렇게 저녁 시간 내내 축복을 누렸고,
식사가 끝나고 밖에 나왔을 때에는 눈이 쌓여 있는 거리를
그들은 순결한 새옷을 입은 어린 양처럼 장난치며 뛰었다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다니 모든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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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도들은 바베트가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목사와의 일,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며 함께했던 추억을 나누었고 이를 통해 그동안 다툼과 갈등으로 인해 잊고 있던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되살아났다

바베트의 만찬은 먹는 사람이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따뜻한 위안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울푸드는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이나 특별한 추억이 깃든 음식,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등을 일컫기도 한다
바베트의 요리는 이제 베를레보그 사람들에게도 '소울푸드'가 되었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


바베트는 만찬을 위해 복권 당첨금인 만 프랑을 다 써서 파리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평생 가난하게 살려고,바베트?"

"가난하다고요?" 바베트는 혼자만 아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제겐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죠
제가 최선을 다할 때 그들에게 완벽한 기쁨을 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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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예술가가 언어,종이,악기,노래 등 다양한 도구와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사상 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다

바베트에게 예술이란 어떤 목표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도 읽어본다


마르티네, 필리파 자매는 루터교 목사의 딸들로
평생 회색과 검은색의 단정한 옷차림으로 수입과 시간을 모두 자선활동에 쓸 정도로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경건한 자세로 산다

이 세상에서 주는 것은 모두 환상에 불과하다 진정한 현실은 그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예루살렘에 있다믿으며 세속의 쾌락을 거부했다

천상의 사랑이라는 이상만을 추구하며 자랐던지라
세상의 열정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세속적인 젊은 장교인 로렌스 로벤히엘름에게
마르티네의 존재는

그녀는 빚쟁이,잔소리를 날려버릴만큼
순수하고 고결한 삶의 희망이었다


파리의 유명 가수 아실 파팽에게 필리파의 노래는
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필리파의 천상의 음과 목소리에 넋을 잃고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손에 입을 맞추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너무나 숭고하여 더 이상의 어떤 말이나 몸짓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매는
순결, 경건....했다

구원, 축복, 신앙심 .....
종교적 삶이 주는 절제된 순수함과 순결함이었다



그러나
바베트는
음식 등 다양한 형태로
순수하고 순결한 삶을 접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설렌다



바베트의 음식은
자매의 종교적 순수함과 경건함을 넘어서는
또 다른 순수와 축복을 가져다 준 것이다...



마르티네
필리파
바베트
은총과 축복을 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도
축복을 가져다주는 우리의 예술을 해볼까
내인생의 예술가가 되어보자